4화 - 대구 백종이

러피월드
2019-11-09
조회수 1091


아마 그가 러피월드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이것이 아닐까.


“종이야, 어제 너무 시끄럽더라.”


백종이 님(29)은 하늘을 나는 사나이다. 슈퍼맨은 아니고,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다. 때문에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는 대구 동구, 북구 주민들에게 곧잘 질타를 받곤 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역대급이었다. 러피월드의 숨겨진 투머치토커였다. 인터뷰 녹음 시간만 40분(지금까지는 최장 20분컷), 워딩 분량도 두 배였다. 휴대용 버너에 올려진 오뎅탕이 끓고 끓어 다 졸여질 때까지, 인터뷰가 이어졌다.


지윤 : 인터뷰 시작한지 1분이 지났는데 둘이 아무 말도 없어!

동진 : 아니 어색해서 그래..


동진 : 저기..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종이 : 저는 인천에서 온 백종이라고 하구요, 대구 온 지는 벌써 6년차예요. 주소지도 대구입니다.🙂


동진 : 러피월드 하기 전에 다른 취미 활동 같은거 하셨어요?

종이 : 러피월드 하기 전에는 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군인이었죠. 군인들끼리만 놀고…


동진 : 왜요? 많이 바빴나요?

종이 : 마음의 여유가 없었죠. 저는 직업을 갖고, 여유가 생기면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기존에는 요양원, 홀몸어르신 이런 쪽으로 봉사를 찾고 있었어요. 직접 찾아보고 가입도 했었는데, 고등학교 봉사 시간 채워주기 위한 방식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봉사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편하게 봉사를 하고 싶어서 찾다가 러피월드를 알게 됐죠.


동진 : 강아지를 원래 좋아했나요?

종이 : 엄청 좋아하죠. 동물 다 좋아해요! 소모임 어플 깔고 나서 봉사 모임 찾는데, 러피월드가 떴어요. 회원수가 200명쯤 돼서 눈에 확 띄었어요. 게다가 유기견이라고 적혀있어서 바로 가입했죠.


동진 : 봉사 시작하고 엄청 꾸준히 나왔는데요?

종이 : 꾸준히 할 수 없는건 원래 안해요.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리고 재밌으니까 꾸준히 하게 되더라구요.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봉사하는 백종이 님


동진 : 러피월드를 시작한지 얼마나 됐죠?

종이 :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어요.


동진 : 지금까지 10개월 정도 지났는데, 러피월드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변화가 좀 있었나요?

종이 : 조금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죠. 원래 술을 좋아해요. 평일에는 비행이나 출근 때문에 술을 자제했는데, 주말에는 금·토·일요일 계속 술 마셨어요. 그러다 러피월드 시작하고부터는 ‘일요일은 러피를 위해, 토요일에 컨디션을 조절한다’가 됐죠.


그래도 술을 조금 먹긴 했는데, 다음날 숙취 때문에 운전을 할 수가 없으니 안되겠는거예요. 결국 토요일에는 술을 안 먹게된 게, 저한테는 엄청난 변화예요. 20살 이후로 이런 적이 없었어요. 금, 토요일은 무조건 마시는 날이었는데…. ‘아 내일 봉사가야하니까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진짜 말도 안되는거에요 사실. 그동안 술을 주말마다 얼마나 주구장창 마셨는데..


동진 : 술 말고 개인적인 변화는 어떤게 있었나요?

종이 : 진지충인데 괜찮을까요. 사실 처음 봉사 시작할 때는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때였어요. 그러다 봉사를 하고, 강아지를 보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는 사람들을 보게 되더라구요. 군대 안에서 군인들만 보다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너무 재밌는거예요. (동진)형이 '나는 뭐 계획이 없어!' 이렇게 말하는 것만 봐도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싶고….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 사소한 것부터 신기하고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가장 크고, 또 한편으로는 자아성찰을 하는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동진 : 맞아요. 인터뷰도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사람들이 다 다르니까.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사실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다 보통 사람이잖아요.  웬만해선 인터뷰 할 일이 잘 없어요. 그런데 인터뷰할 때 만큼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인거죠.

또 러피월드를 찾아오게 된 계기부터 개개인의 스토리가 다 달라요. 강아지를 좋아해서 온 사람도 있고, 우연히 온 사람도 있고. 각자가 느낀 변화도 다르고요. 그래서 그런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거죠.

특히 저는 모임을 이끄는 입장이다보니, 따라오는 사람들의 입장과는 달라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을 받으려해요. 그래야 더 좋은 모임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종이 : 맞아요.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중요하죠. 저는 러피월드가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러피월드를 추천하진 않았어요. 딱 한 명 빼고. 근데 저는 추천할 때 강아지를 좋아하고,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 안해요. 강아지를 물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강아지 한 마리 사야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한테 무조건 유기견 봉사활동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진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강아지 키우고 싶다' 그러면 '그냥 데려와' 이렇게 말해요. 하지만 저는 키울 여건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키울 수는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9~10시간인데, 그 크지도 않은 집에서 어떻게 혼자 있어, 안돼'라고 하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키우면 되잖아’라고 하는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아요. 그 사람들한테 굳이 '그건 아니지’라고 말하진 않아요. 기회가 된다면 봉사를 통해서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봉사 전 날은 술을 자제하는 백종이 님


동진 : 저도 러피월드를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데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기견, 강아지에 대한 의식이 바뀌더라구요. 유기견에 대해서 더 관심도 가지고,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많이 배우게 되더라구요.


종이 : 저 완전 진지하게 봉사 가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 술자리도 중요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봉사 갈 때의 마인드랑은 완전 달라요.


동진 : (진지한 눈빛에 약간 당황) 그 그렇군요. 봉사하다보면 눈에 밟히는 강아지가 있지 않나요?

종이 : 작년에는 입구에 있던 까만 애, 콩이가 너무 이뻐서 인스타에 올리고 그랬었는데, 만난지 한달 만에 입양을 갔어요. 기뻤지만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마리! 저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같이 산책을 해본 건 마리가 처음이었어요. 근데 마리랑 산책하면 너무 힘들어요. 힘이 세서.(웃음)


동진 : 마지막 질문! 지금 군 복무 중이고 전역하고도 대구에 쭉 있고 싶다고 했는데, 전역 후의 계획이 있나요?

종이 : 이르면 2년, 늦으면 5년 안에 전역을 하고, 항공사에 조종사로 취업을 할 계획이예요. 대구가 너무 좋아서 계속 있고 싶어요.


동진 : 대구의 어떤 점이 좋았어요?

종이 : 저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은 안 좋아해요. 그래서 서울은 이미 선택지에 없어요. 대구에 와보니까 부대 부지가 엄청 넓어요. 여기가 내 생활 공간이고 내 동네라는 생각에 너무 좋은 거예요. 일 끝나고 씻고 부대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아요.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면서 전혀 방해 받지 않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부대에서 번화가도 가깝고, 역도 가깝고. 모든게 좋아요.


그래서 1지망은 대구국제공항에 노선이 가장 많은 티웨이항공이예요. 계속 대구에 있으면서 내가 최대한 여건이 되는 만큼 봉사를 이어나가려고 해요.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이 줄어드는 걸 보는게 목표예요. 사람들은 늘어나고, 강아지는 줄었으면 좋겠어요.


동진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찬ㅎ 아니 백종이 님의 인터뷰는 진지하고, 또 솔직했다. 모임이든 봉사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봉사자는 늘어나고, 강아지는 줄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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